黒川 槐
Kurokawa Enju
1987.06.24
ㅤ188cm, 80kg.ㅤ상아 조각상 같은 남자.
ㅤ숱 많고 모가 굵은 백발을 높이 묶어 하나로 땋아내렸다. 분홍빛 도는 보라색 눈은 흰 물감을 탄 것처럼 불투명하고 연하며, 속눈썹도 눈썹도 모두 짙다. 상아처럼 희고 단단한 질감의 피부 위에는 때때로 자잘한 상처가 머무른다. 양쪽 눈을 세로로 길게 가로지르는 절창 흉터가 있고, 왼쪽 어깨엔 봉황 무늬 트라이벌 타투가 새겨졌다. 슬림하지만 탄탄한 몸, 근육의 윤곽이 또렷하다.
ㅤ전체적인 인상은 곱상함과 험악함을 넘나든다. 제법 잘생긴 얼굴이지만 그것을 매력으로 치기엔 흉터나 표정의 삭막함이 앞선다.
ㅤ⋯ 그것은 심장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깊게 박여 버린 먼지의 회로를 살펴보는 것이다. 불규칙한 고동의 파장에 대한 회상이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사죄다. 태어남의 고독을 헤아리는 분노다. 자기파괴적으로 세밀한 감정의 라벨링이다. 삶의 실체로서의 죽음에 대한 기억. 그것은 압도적인 위안이다.
· · ·
ㅤ깨진 유리를 밟고 섰다. 아가미가 터져 죽은 열대어를 발로 밀어내며 그것의 질긴 지느러미가 단단한 발바닥에 달라붙도록 두었다. 그는 거대한 수조처럼 보이는 요코하마의 밤 위에다 피 묻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중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코스모클락 21의 회전 궤도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ㅤ7월의 요코하마는 아직 완전히 덥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나는 둘 모두 더위를 잘 탔기 때문에 집안은 언제나 약간 추울 정도로 서늘한 상태였다. 그즈음 그의 취미는 밤이나 새벽에 하는 라디오 방송을 아무 것이나 켜 놓고 아는 음악이 나오면 어쿠스틱 기타로 몇 번 코드를 짚어 짧게 연주하는 것이 전부로, 사실 악명만큼이나 대단한 취미는 없었다. K도 그의 취미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지 못했다. 그는 싸우지 않을 때면 집에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수조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했고, 그러지 않을 때는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는 그걸 마냥 받아 주거나 맞서 성질을 부리거나 무시하는 식으로 응대했다. 그는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 자신의 화가 풀리면 그럭저럭 만족한 표정을 지었으므로 우리가 서로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댄 다음날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ㅤ그는 무척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가져서, 둔감하고 무뚝뚝한 나와는 그다지 성격적으로도 맞지 않았다. 다만 그는 내가 지나치게 무감정하고 감성적으로 낙오되었다고 말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가끔 그보다 더 쉽게 울었다. 그가 곧 죽어 버릴 것처럼 자신의 손금을 손톱으로 긁을 때, 얇은 손가락으로 내 목을 억세게 조르다 자신의 숨이 막혀 쓰러질 때, 높은 곳에서 혼탁한 눈동자로 야경을 바라볼 때…… 나는 감출 수 없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그를 밀치고 떠나고는 했다. 어떤 차이를 막론하고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절망이 있었고 그것은 우리의 주변을 개처럼 맴돌았다. 그와 나는 형제라기보다는 영원한 권태기를 겪으면서도 헤어질 수 없는 연인 같았다. 여름은 끔찍한 계절이었으나 우리는 그보다 더 끔찍한 무엇을 알고 있었다.
ㅤ그가 우리의 나라로 이름 붙인 것이 결국 그 자신의 정신적 도피처가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그는 이기기 위해 싸우는 만큼 괴롭지 않기 위해서도 싸웠다.ㅤ우리는 바이크를 타고 요코하마 항 근처에서 늘 떠돌았고, 그렇게 달려도 해소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요코하마의 밤거리는 도시처럼 화려하고 슬럼처럼 축축했다. 골목을 집 삼아 기어다니는 우울한 홈리스는 누군가의 발목을 붙잡지 못하고 달라 붙는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머저리가 불량배의 심통에 쓰러지고, 젊은 여인이 길거리에서 죽어 가는데도 우리는 그저 우리를 외면하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우리의 근처에 있었다. K가 의심했던 것처럼, 나는 우리가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1987. 06. 24ㅤㅤ쿠로카와 엔쥬 탄생.
1987. 08. 30ㅤㅤ쿠로카와 이자나 탄생.
1988. ??. ??ㅤㅤ 쿠로카와 이자나, 쿠로카와 카렌의 집에 맡겨짐.
1994. ??. ??ㅤㅤ 쿠로카와 형제, 양호시설로 이동.
1998. 02. 03ㅤㅤ쿠로카와 엔쥬, 입양.
2000. 01. 21ㅤㅤ쿠로카와 엔쥬, 소년원 입소.
2000. ??. ??ㅤㅤ 쿠로카와 이자나, 소년원 입소.
2001. ??. ??ㅤㅤ 쿠로카와 형제, 소년원 재패. 극악의 세대 집결.
2002. ??. ??ㅤㅤ 쿠로카와 이자나, 8대 흑룡 총장 취임.
2002. ??. ??ㅤㅤ 쿠로카와 이자나, 카렌으로부터 혈연이 아닌 것을 알게 됨.
2003. 08. 13ㅤㅤ사노 신이치로 사망. 향년 23세.2006. 02. 22ㅤㅤ천축, 관동사변에서 패배. 쿠로카와 형제 사망.